전에 박태원의 '천변풍경'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1920~30년대의 종로, 명동, 혜화의 길을 그와 함께 걷는 기분이 들었었다. 오래된 길이란 겹겹히 세월이 쌓이는 곳이었다. 유희열이 걸은 밤 산책 길도 주로 강북의 길이다. 구획화된 길이 아닌 구불구불한 골목의 길들... 그곳을 살았던, 걸었던 사람들의 켜켜이 쌓인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길들... 내 세월에 쌓인 길들을 다시 걸어보고 싶다. 여유롭게 찬찬히 둘러보며... 언제쯤 그런 마음의 여유가 생길까...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...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내가 좋아하는 게 있다면 걷기... 또는 산책이다... 그러나 밤에 산책을 마음편히 다녀본 기억은 없다. 아무리 안전한 우리나라라 하더라도, 여자들이 마음 편히 동네 골목골목을 산책하기란 흠..